수행 글

9월 18일

·

혜원스님

「지금 이 순간, 이 자리에서 편안해지는 법」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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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강경의 첫머리는 아주 평범한 부처님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.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습니다.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 안으로 들어가 차례로 탁발을 하셨습니다. 공양을 마치고 돌아와 발을 씻고 자리에 앉으셨습니다. 참 특별할 것이 없는 하루의 모습입니다. 그런데 바로 이 평범한 장면이 금강경의 시작입니다. 부처님은 특별한 곳에 계셔야만 평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. 좋은 일이 생겨야 행복한 것도 아니었습니다. 그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고, 지금 있는 자리에서 온전히 머무셨습니다. 우리는 어떻습니까? 몸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데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갑니다.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,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떠올립니다. ‘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.’ ‘앞으로 어떻게 되면 어떡하지.’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, 바로 이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. “어떻게 하면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초조해하지 않고 편히 머물 수 있을까요?”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. 첫째,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바로 하는 것입니다.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며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하나씩 해봅니다. 둘째,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. 따뜻한 차 한 잔, 햇살 한 줄기, 곁에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처럼 평범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.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서 하신 일도 바로 그런 평범한 일들이었습니다. 탁발하고, 공양하고, 발을 씻고, 자리에 앉으셨습니다. 그러나 그 평범한 순간순간을 온전히 살아가셨습니다. 그래서 수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.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고, 걸을 때는 걷고,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. 그렇게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수행입니다. 오늘도 마음이 미래로 달아나거나 과거에 붙잡힐 때 잠시 멈추어보세요. ‘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?’ 그리고 조용히 이 순간을 바라보세요. 지금 이 자리, 지금 이 순간이면 충분합니다.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이 오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금강경의 첫 가르침입니다. 오늘 하루, 멀리서 행복을 찾기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순간을 온전히 살아보시기 바랍니다. 오늘도 근념하셨습니다. 불안하다면 호흡에 집중하며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며,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. 우리는 순간순간을 살아야합니다. 그리고 그런 순간이 모여 사라지지 않을 진정한 내가 드러나지요. 오늘도 놓지 않고 열심히 사경하는 여러분들 응원합니다. 감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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